
세계자연유산센터가 선흘2리에 확정되어, 환영하면서 기대하던 지역주민들이 요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유산의 보존과 지역주민의 요청에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제주도의 제주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과 오히려 이에 반하는 세계자연유산센터 건립계획을 내세우며, 지역주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유산을 가장 가까이서 사랑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그들이기에 지역주민의 합의에 의하지 않는 세계자연유산센터 건립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아래는 선흘2리 지역주민들이 최근 제주도에 제출한 진정서이다. <편집자주>
진 정 서
“세계자연유산센터가 오히려 자연유산거문오름과 인근마을의 환경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지난 09년 3월, 조천읍 선흘2리 거문오름 일대에 약300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2012년 완공예정으로 전체부지 약 1만4천여평, 건물 약 2천평 규모의 세계자연유산센터를 건립하기로 결정하였고 설계를 공모, 확정한 후 지금은 본설계 단계에 있습니다.
기생화산인 거문오름은 그 생태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오름의 분화구가 자연유산의 핵심지역이고, 센터부지로 예정된 곳은 거문오름 경사면 바로 밑인 완충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완충지역이라 함은 핵심지역의 반경 500m이내 지역으로 핵심지역에 대한 생태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개발이 제한된 지역을 말합니다. 현재 예정부지는 도로가 나 있지 않아 차량통행이 거의 없고 사람의 간섭이 없어 대낮에도 야생노루가 뛰노는 등 자연환경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소규모 자연동굴인 ‘궤’가 부지 안에서 발견되어 지질에 대한 좀 더 신중한 조사가 필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바로 이곳에 센터부지의 3분의1가량인 4천4백여평 면적을 관광버스등 백여대의 차가 주차 가능한 주차장으로 조성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자연유산센터가 보존을 위해 설정된 완충지역에 거대한 주차장을 만들어 오히려 환경을 파괴 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주차장예정부지는 인근마을의 주택들과 돌담 하나를 경계로 인접해 있어 마을주민들은 각종소음과 매연, 경관피해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주체인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측에서는 인근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건축설계를 진행하면서도 지금까지 주차장부지 규모나 주차 대 수 등,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마을주민들에게 알리거나 협의하려 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우리 주민들은 지난 09년 4월, 도에서 설계공모를 내며 발표 했던 ‘자연유산센터 설계지침’中
*주변 자연환경에 순응하고 조화되어 자연과 유기적으로 일체화된 건축이 되어야 할 것임.
*일반관람자와 연구 및 사무․관리의 주차장을 분리하여 계획하며, 일반관람자는 부지초입의
생태주차장을 이용하고 단지 내에서는 보행위주의 동선이 되도록 유도한다.
*장기적인 시간성에 의해 자연환경과 일체화된 유기적 공간으로 완성되어 가도록 계획.
*인근의 마을공간과 오름 등에 환경적, 경관적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계획해야한다.
라는 공문서 내용을 믿고 환경 친화적인 설계가 되길 오랫동안 기다려 왔지만 지난 8월 설계당선작을 보고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건축 전문가가 아니니 건물이 정말 제대로 된 생태적 고려를 한 것인지에 대한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곳에 큰 도로를 새로 내 수많은 차들을 끌어들이고 대규모 주차장을 설치하려는 것은 일반인인 저희 주민들의 상식으로도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몇몇 주민들이 관계부처를 찾아가 우려를 전달했지만 아직 확정된 설계가 아니니 기다리라는 대답만 되풀이 되었고 애초에 10월초쯤 결정된다던 기본설계에 대한 공개는 계속해서 미루어졌습니다. 11월이 되어서 주민들에 이어 지역 언론과 환경단체에서도 여기에 관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야 자연유산 관리본부 측에서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예산확보가 어렵다’, ‘오히려 주차장 규모를 더 늘려야 될 입장이다’ 라며 완충지역 안에 대규모 주차장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들이 수백억의 세금을 사용하면서도 어떤 이유로 자신들이 만든 설계지침을 스스로 무시하며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은 채 일방적으로 강행 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거문 오름 앞에 터를 잡고 살아 온 우리주민들은 거문오름의 생태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마을과 거문오름 사이에 대형주차장이 들어서는 것은 마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라고 생각 합니다.
우리는 세계자연유산을 관리, 교육하는 자연유산센터의 취지와도 맞으며 거문오름과 마을의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주차장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합니다.
*대형주차장은 현재예정부지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거문오름에 대한 환경영향이 적은 곳에 설치되어야 합니다. 방문객들은 차에서 내린 후 몇 백미터 정도는 산책로를 따라 단 지내로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제주올레등 오늘날 변해가는 여행의 방식과도 부합할 것입니다.
*자연유산센터 단지 내에는 관리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차량만 출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에도 적절한 차량대수나 진입로, 주차장의 위치결정에는 인근 주민과 환경전문가의 의 견을 적극 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년 2월이 되면 모든 설계가 확정되고 3월부터는 공사가 시작 될 것입니다. 앞으로 대체부지 구입에 따르는 시간을 고려하면 거문오름 밑 주차장문제를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시간은 촉박하기만 합니다.
얼마 전 우리 제주는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의 개최지로 선정되었습니다. 자연유산센터는 완공된 첫 해부터 세계각지에서 찾아온 수만명의 방문객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생태보존과 환경 분야의 전문가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유산센터를 찾아온 수많은 눈들이 거문오름 턱밑에 가득히 들어선 자동차들을 보며 제주의 자연유산 관리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과 의문이 듭니다.
아무쪼록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소중한 유산을 진정으로 보존할 수 있고 후손들에게까지 자랑스럽게 물려 줄 수 있는 세계자연유산센터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09년 11월 30일
선흘2리 선화동마을 주민. 이승민외 41명 일동
이승민 오원택 고미정 최선경 윤연 윤준산 김명희 장금석 변신월 신길도 고계선 노승복 송미경 고태운 이라근 한종학 양영재 고동진 김연숙 고경완 이복우 김귀순 문순봉 고태흠 변영숙 박봉순 노덕순 윤학용 정순자 장옥희 조석주 조성남 오복성 이길조 최현숙 김신일 김용대 김경자 지선림 유대순 정웅부 john oliver eva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