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도내 21개 시민사회단체의 뜻을 모아 제안한 「2026 지방선거 정책 질의」의 답변 결과가 모두 드러났다. 이번 정책 질의는 기후위기, 성평등, 인권, 고도의 자치권 확보, 난개발 방지 등 제주가 마주한 해묵은 과제와 미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척도였다.
그러나 수합된 답변 결과는 도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기보다, 여전히 표심을 의식한 ‘계산기 두드리기’와 구체성 없는 ‘말뿐인 수용’이라는 정치권의 고질적인 행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1. 전면 수용으로 가치에 응답한 진보·소수 정당과 무소속 후보
녹색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및 신생 정당은 자치, 젠더, 인권, 환경 등 제안된 18개 정책 과제 대부분에 대해 '당론 채택(수용)' 입장을 명확히 하며 시민사회의 가치에 깊이 공감했다. 녹색당은 단순 수용을 넘어 마을 공공식당 운영이나 제2공항 백지화, 우주군사기지화 저지 등 선명한 대안과 철학을 제시했고 , 조국혁신당 역시 4·3 왜곡처벌법 발의와 권리중심 장애인 일자리 특별법 공동발의 등 구체적인 당의 입법 성과를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무소속 양윤녕 도지사 후보는 자치와 환경 분야의 대다수의 과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민생 중심의 의제 설정에 동참했다.
2. 거대 양당의 여전한 한계: 겉으로는 '동의', 속으로는 '유보'
반면, 제주도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거대 양당 후보들의 답변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한계와 회피성이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도지사 후보는 다수의 과제에 찬성하면서도, 정작 제주의 미래를 바꿀 '성평등가족국 개편'이나 '제주평화인권헌장 이행 체계 구축', '주민 알권리 7대 조례' 등 조직 개편과 규제 정비가 필요한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부분수용'에 그치며 "조직개편사항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추후 정책협의를 진행하겠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제주의 고도 자치권 확보에 대해서도 "특정해서 헌법적 지위 확보는 쉽지 않다"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문성유 도지사 후보 역시 겉으로는 대다수 문항을 수용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효성 있는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행정체계 개편 주민투표에 대해 '부분수용'을 선택하며 "충분한 공론화와 도민 합의가 선행될 때 추진하겠다"라고 답한 것은, 당장 눈앞의 갈등 해결 책임에서 한 발짝 물러나겠다는 유보적 성격이 짙다.
3. 도의원 및 교육감 후보들의 인식과 약속
도의원 후보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후보들을 중심으로 자치 입법 및 역사 왜곡 대응 과제에 대한 '전면 수용' 흐름이 이어졌다. 다만 일부 도의원 후보들의 경우 여전히 주민 알권리 조례나 감사위원회 독립 라운드테이블에 대해 '부분수용(수정 검토)' 입장을 내비쳐, 자치 입법 기관으로서 행정 감시 본연의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남긴다. 또한, 54명 후보에 대한 질의에 9명의 후보만이 답해 답변 비율이 17%에 그쳐 정책적 역량이나 도민사회에 대한 성실성 면에서 부정적 면모를 나타냈다.
한편, 김광수 고의숙 송문석 교육감 후보는 학생 인권과 포괄적 성교육, 장애인 평생교육 및 학교숲 가꾸기 등 3개 교육 의제에 대해 모두 '수용'을 선택하며 교육 현장의 변화를 약속했다.
유권자에게 보내는 제언: 립서비스 공약을 가려내자
이번 정책 질의 답변은 후보자들이 제주 도민을 위해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철학과 준비'가 되어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다.
표를 얻기 위해 일단 '수용'하고 보자는 식의 선거용 립서비스인지, 아니면 정말로 도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제주의 생태·평화 가치를 실현할 진정성 있는 약속인지는 이제 유권자들의 날카로운 눈에 달려 있다.
우리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수합된 답변 전문을 도민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 후보들의 공약이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이행되는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도민 여러분의 현명하고 준엄한 정책 투표를 호소한다.
2026년 5월 28일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