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제주는 고용불안의 섬입니다. 제주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고, 임금 또한 전국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고용불안의 섬 제주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며 제주의 생태환경의 각종 문제와 중요성을 놀이로, 해설로, 기록으로 알려 나가는 다양한 형태의 소위 ‘생태 활동가’들이 존재합니다.
명명조차 되지 않은 소위 ‘생태 활동가’들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민간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들으며 실력을 키우고, 각 시민단체에서 생태 관련 자원활동을 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 자신을 알려 나갑니다. 이러한 교육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학교나 각종 정부 산하기관, 각종 센터, 민간에서 요구하는 단기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갑니다. 이러한 생태 활동가들은 자연이 좋고, 활동이 좋아 인연을 이어가지만, 생계의 문제에 부딪히는 분들은 주업을 따로 선택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의 해설, 보조강사, 주강사 등 단기 일자리를 통해 한 해, 한 해 불러주는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쌓아온 경력이나 활동에 비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태 활동가들의 경력과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이 조금 더 안정된 제주를 만들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아름다운재단에 제안하였고, 최종 선발되어 변화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제주참여환경연대는 생태활동가 10인의 인터뷰와 100인의 설문조사를 통하여 이들이 처한 현실을 마주하고 알리며, 보고서 발간을 통하여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알려 나가고자 합니다.
*마을 생태활동가. 14년 경력. 해설과 생태활동 기획/운영 경험
* 인터뷰일: 2026. 8. 18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제주 사람인데 10대 후반, 20대 초반부터 제주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었어요. 서울로 올라가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하는데 제대로 자리도 안 잡히고 계속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는데 강정 구럼비 얘기가 나왔어요. 제가 그전까지 제주도 환경에 아주 관심이 있거나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그 기사에 눈길이 갔어요. 특히 해군 기지가 들어옴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갈등이 있다는 그 기사 제목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는데요, 나 같은 젊은 사람은 다 여기를 벗어나려고만 하고 정작 벗어나놓고선 거기서 아등바등 살고 있고, 이 지역은 계속 그들끼리 갈등하고 있는 이 상황이 조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제주도로 돌아가서 지역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사회 구성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제주도로 왔고 우연한 기회에 제 생각과 맞는 지금 일하는 곳을 소개받아서 일하게 됐어요.
●그동안 구체적으로 활동을 어떤 활동을 해오셨고 경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올해 14년차고요. 환경을 보전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여러 사업을 통해서 지역 주민도 지원하고 환경 보전에 참여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을 지원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요?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환경, 지역에 있는 좋은 자연 자원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건데요. 옆에 있어서 좋은 줄 모르고 그냥 당연하게 익숙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모니터링이나 교육 등 여러 가지 창의적인 활동들을 통해서 이 자원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그걸로 또 여러 가지 생태 관광이나 생태 교육 프로그램들을 같이 만들고 운영할 수 있게 하면서 경제적 이익도 발생하게 하고 여러 가지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활동하면서 자격증이 필요하다거나 자격증이 없으면 경력 인정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같은 일들은 민간보다는 공공에서 섭외가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어 발표나 강의나 해설, 프로그램 운영 등이 공공 분야에서 많이 투입되는데 그럴 때는 강사비나 수당이 대부분 (제주도) 공공정책연수원 기준에 따라 지급이 돼요. 그 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자격증 여부나 추가 첨부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활동가분들도 거의 대부분 그런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걸로 알아요. 직접적으로 해설하시는 분들은 자연환경사나 숲해설사 자격을 많이 따고 있지만 저는 조금 더 포괄적인 영역이 필요하다 싶어서 환경교육사 쪽을 취득하게 됐고 관련 공부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일은 주로 공공부문과 연계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지 아니면 민간에서 하는 일들도 있는지요?
우선은 공공 부문이 많습니다. 지자체 단독 사업이나 정부 지원 사업, 정부와 지자체가 반반 부담하는 사업들을 위탁이나 용역계약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생태 활동을 하면서 존중받지 못한다거나 불편 부당하다 느낀 점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생태활동가로서보다는 앞서 말씀드렸듯 공공 부문과 계약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사업들이 많다 보니 경력 인정이나 별다른 기준 없이 그냥 해마다 생활임금 수준에서 보수를 책정하는 게 있고요. 어떤 영역은 확실히 전문적인 성격이 있을 텐데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모든 위탁이나 용역사업을 통틀어서 묶어버리거든요. 그런 부분은 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요. 타 기관 사례인데, 경력이 제일 오래된 분이 맡은 사업과 중간 경력의 분이 맡은 사업 간에 급여 기준이 달라서 오히려 중간에서 오신 분이 급여가 더 많은 경우도 있었어요.
●민간 경력은 아예 인정이 안 되나요?
그렇죠. 아까 말씀드린 환경교육사만 하더라도 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자격이 있어요. 지금까지 어떤 기관에서 어떤 활동을 해서 어느 정도 기준을 갖춰야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 기관의 정관에 환경 교육 관련한 게 있는지 이런 것까지 따지다 보니까 사실은 어디에 적을 두지 않고 활동하는 분들은 접근이 더 어렵죠.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생태 해설이라든지 이런 부분이 자원봉사라 생각하는지 노동이라 생각하는지, 그런 활동 자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본인의 가치관을 담은 노동, 말하자면 자원봉사 성격을 갖춘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자원봉사는 어떤 가치관이 필요한데 노동은 그냥 돈을 벌기만도 하는 거잖아요. 그냥 노동으로만 이 일을 하지는 못할 거예요. 근데 그렇다고 자원봉사로만 이 일을 하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공익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노동,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본인이 강사와 해설 등 생태 해설가로 활동하시면서 지금껏 쌓아온 경력에 맞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 경우에는 대부분 그런 기관이나 단체의 재정이나 예산 기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요구하긴 어렵고 주는 대로 받고 있어요.
●급여의 경우는 오랜 기간 일하면서 호봉이 올라간다거나 경력이 반영이 되는지요?
지금은 그렇게 운영하고 있는데 오래되지는 않았고, 민간위탁 특성상 예산이 동결되거나 삭감될 때마다 인건비를 동결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예산에 맞춰왔죠. 전체 예산 대비 인건비 비율이 높기 때문에 방법이 없습니다. 안 그러면 사업을 못하니까요. 사업비를 가지고 성과를 만들어내고 계획 대비 실적도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다른 공모사업을 하기도 하는데 그걸 또 문제삼기도 하니까 쉽지 않습니다.
●경력 인정은 전혀 안 되는 거네요.
그렇죠. 민간위탁 분야를 다 생활임금으로 통일하라는 내용으로 1~2년 전쯤에 강한 권고가 있었어요. 민간위탁 기관이나 분야가 너무 다양하고 사업비 기준도 다를 텐데 일률적으로 그렇게 해버린 거죠. 대부분이 인건비로 이루어진 사업비도 있는 반면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업비가 필요한 곳도 있고 이렇게 다양한데도요. 저희는 그나마 환경부 내 관련 매뉴얼을 기준으로 약간 조정을 한 건데 그런 게 없는 데는 속수무책인 거죠.
●그 매뉴얼에는 경력을 반영하는 기준 같은 내용이 있나요?
강사비 기준하고 비슷해요. 어떤 학위를 취득한 몇 년 경력 또는 현장 경력 몇 년 이상,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예시를 든 게 공무원 보수 규정인데 그거에 맞춰서 수당 체계까지 반영하면 인건비 예산이 초과되니까 그 부분은 다 빼고, 기본급에다 기본 급식비 정도만 넣어서 조금 올라가게 맞추죠. 야근수당 같은 것도 계산이 복잡해지니 예산을 잡기가 어려워서 대체휴일 방식으로 주로 하고요. 결국 전체적으로 예산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코로나 시기에 한번 삭감된 이후로 오르질 않고, 외부 사업도 제한적이고 그런 상황입니다.
●어쨌든 이런 활동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이 사람 경력은 이렇고 이에 마땅한 합당한 대우는 이것이라는 기준은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자격증, 활동 경력, 연수 같은 것, 그중에서도 증빙 자료로 제출이 가능한 내용이어야 하니까요. 활동을 많이 하신 분들은 그런 게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그런 것들을 잘 관리하고 계시고요.
●예를 들어 우리 단체에서 생태 자원활동을 20년 동안 했는데, 자격증이 없다고 하면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거겠네요. 만약 제도적으로 개선해서 민간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의 경력을 인정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은 지금 강사비를 책정할 때 공공정책연수원 기준을 적용하는데, 이 기준이 더 디테일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강의든 발표든 체험이든 해설이든 다 획일적으로 강사비 기준으로만 적용하고 있어요. 그나마 몇 년 전에 퍼실리테이터 항목이 생기긴 했는데, 좀 더 디테일하게, 특히 제주도는 해설, 체험 같은 활동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데 대한 기준도 더 세부적으로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행정기관의 위탁이나 용역 사업 같은 경우 예산이나 급여 등 조금 부당하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항의하거나 문제제기 해본 적이 있는지요?
하죠. 생활임금 기준 관련해서는 위탁받는 업체들이나 전문성도 다 다르고 이러이러한 부당한 것들이 있다, 10년 한 곳이나 이제 시작하는 곳이나 똑같이 받으라 하고 직원들도 다 그렇게 통일하라고 하면 누가 위탁 받아서 하겠냐라고 했을 때 대답은 담당 부서에서 재량껏 조정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담당 부서에서는 그에 대한 마땅한 근거나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주지 않더라고요. 저희는 그래도 환경부 기준으로 조정했는데 관할 기관이 달라서 그렇게 하지 못한 단체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경력 10년 넘은 분이 생활임금 기준으로 230만원 급여를 받고 있고요.
●위탁사업의 경우 10개월 계약 같은 방식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사업 기간과 관련해서 문제가 있었던 경험은 없었나요?
보통 1년 단위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사업비가 지급되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 보면 4월에 시작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사업비가 늦게 나오면 급여 지급이 늦어지기도 하고, 그나마 인건비는 소급해 지급한다 해도 1월부터 4월까지 사업 진행을 못하다 보니 나머지 기간에 몰아쳐서 일을 해야 해서 그것도 좀 부담이 되죠. 그리고 12월 말로 사업은 끝나지만 담당자들이 검토하고 최종 마감 처리하는 건 1, 2월로 넘어가거든요. 그럼 남은 사람이 그 작업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내 생태활동가들의 운영 시스템 중에 개선돼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두 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앞서 말한 것처럼 활동가들의 1) 처우나 활동비 기준이 좀 더 명확해지고 세분화되어서 스스로 전문성을 더 인정받으면서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자격증도 따고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고요.
다른 하나는, 2) 활동가분들이 같이 소통할 수 있는 통합적인 워크숍 같은 자리를 주기적으로 갖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주도에 해설가 그룹이 많은데 자연환경해설사는 환경부, 숲해설사는 산림청, 이렇게 관할기관이 다르고 일자리가 한정적이다 보니 경쟁이 심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자원활동이든 노동이든 참여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텐데 활동을 지속하게 되는 동력은 무엇인지요?
처음 계기가 맞지 않을까요? 어쨌든 이렇게 살려고 왔으니까 이렇게 살게 됐고, 이 일이 저와 맞았고요. 앞서 말했듯이 이게 노동이긴 하지만 자원봉사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쭉 하게 되는 것 같고,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있어요. 초창기 수습기간에 제가 월급 100만 원 받았거든요. 최저임금도 안 됐는데, 저는 고향에 오니까 집세도 안 내도 되고 그래서 우선은 그냥 일이라도 하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했어요. 사실 단체 활동가들이 박봉에 다들 오래 못한다는 인식도 있었는데 어떻게든 계속 있었다, 남았다는 마음도 있고.
그리고 또 주변에 좋은 선배님들이 많아요.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분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에요. 예전의 시민운동, 학생운동 세대를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분들이 이렇게 사회에서 각자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뭉쳐서 활동하고 참여한다는 게 멋있고, 그분들과 함께한다는 데 대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지금은 나랏돈을 받으면서 운영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돈을 잘 활용해서 필요하고 성과가 나오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